“풋풋한 열무가 아삭거리고 구운 대파의 달큼함이 퍼지면 종일 날 서 있던 마음도 살포시 누그러진다.”
언제나 ‘밑’반찬으로 밀려났던 채소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식탁 위 주인공으로 만나는 시간
계절이 오고 가는 순간을 느끼는 가장 확실한 방법 정고메의 흙향 머금은 집밥 일기
바쁜 현대인들에게 집밥은 늘 마음처럼 되지 않는 일이다. 큰마음을 먹고 장을 봐 한 끼를 차려도, 다음 날이면 밀려드는 피로와 귀찮음에 앞에서 배달앱을 켜기 쉽다. 냉장고 속 채소가 시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다시는 이러지 말아야지’ 다짐을 반복하지만, 식탁의 루틴은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한다.
몇 번이고 ‘집밥 먹기’에 도전했다가 포기한 이들에게 정고메 작가는 말한다. “집밥에서 가장 필요한 마음가짐은 ‘오늘 무너지더라도 내일부터 다시 하지 뭐’ 하고 가볍게 넘기는 태도”라고. 완벽하게 해내야겠다는 결심보다는 느슨하지만 꾸준한 반복이야말로 다음 끼니를 이어가는 힘이라고. 저자 역시 퇴근 후 집에 돌아와 밥을 해 먹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도시락을 싸 다닌 지 10년이 넘었다. 그렇게 오래 지속해온 채소 중심의 식탁과 생활의 감각을 이 책 『제철 채소 먹는 기쁨』에 담았다.
이 책은 집밥 중에서도 특히 ‘채소 집밥’에 주목하며 그동안 ‘밑반찬’으로 머무르곤 했던 채소를 식탁 한가운데로 초대한다. 그리고 열무, 깻잎, 무, 대파처럼 익숙한 재료가 어떻게 한 접시의 중심이 될 수 있는지를 실용적인 레시피와 생생한 설명을 통해 보여준다. 메인 요리 곁에 놓이던 채소가 주재료가 되는 순간, 우리는 늘 알던 재료에서 의외의 맛과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채소 집밥’이라는 소박하지만 단단한 한 끼를 만드는 일은, 결국 나를 먹이는 감각을 회복하는 일과 맞닿아 있다. 획일화된 바깥 음식이 아닌 나만의 입맛에 맞는 간을 찾아가는 동안 우리는 자신의 생활 리듬과 취향을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제철 채소 먹는 기쁨』은 거창한 결심 대신 작고 사소한 반복으로 하루의 식탁을 바꾸고 싶은 이들에게, 끝내 매일의 루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다정한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